#DaumWebMasterTool:cd96cfc9243abf10330c0708ed466e72a392961222f55682c281e26e703dcd47:TugIsciFcKFgEKdI7950pQ== 언모티버스 .entry-content a, .post-header h1 em, .comments h2 .count {color:#04beb8} .comment-form .submit button:hover, .comment-form .submit button:focus {background-color:#04beb8}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5 다시 읽는 '좁은 문' (사랑, 금욕, 신앙)

by 모티버스 2025. 7. 14.

1909년 출간된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까지도 인간의 욕망과 금욕, 사랑과 신앙이 얽힌 비극적 갈등을 선명히 드러낸다. 제롬과 알리사의 사촌 간 사랑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낯설지 않은 질문―“행복과 구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을 던지며, 독자에게 종교적 윤리와 인간적 욕망 사이의 좁은 틈을 건너게 한다.

 

 

말 없는 사랑과 거리감이 공존하는 19세기 유럽의 황혼 정원

 

2025년, 새로운 번역본과 디지털 독서 환경 속에서 이 작품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사랑, 금욕, 신앙 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사랑, 인간 내면의 충돌을 비추다

제롬이 알리사를 향해 품은 애정은 단순한 연애 감정이 아닌, 자아를 확인하고 구원받고자 하는 열망까지 포괄한다. 알리사의 일기에 드러나는 “지상의 사랑은 언젠가 시들지만, 신앙 속 영혼의 결합은 영원하다”는 문장은, 2020년대 MZ세대가 경험하는 ‘사랑과 자아실현’의 화두와도 통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계를 ‘턴오프’하거나 ‘소울메이트’를 찾는 트렌드는, 사실 《좁은 문》 속 갈등이 현대적 형태로 재연된 것이다. 알리사는 어머니의 불륜으로 인해 사랑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제롬은 그런 알리사를 지상에 붙잡으려 애쓴다. 이 대립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데이팅 앱으로 빠르게 사랑을 소비하는 시대에, 알리사가 택한 극단적 거절은 ‘관계 디톡스’라는 현대적 개념과 닮아 있다. 동시에 제롬의 끈질긴 구애는 자기애와 타자애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채 관계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읽힌다. 두 인물의 서신은 사랑이 타자를 향한 헌신이자, 자기 내면의 욕망을 정당화하려는 행위임을 증명한다. 때문에 독자는 제롬에게 공감하면서도, 알리사의 결정을 ‘이해’한다기보다 ‘목격’한다. 사랑은 때로 고통을 통해만 증명된다는 서글픈 진실, 그리고 그 고통이 반드시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라는 냉혹한 교훈이 2025년에도 유효하다. 사랑을 미신(迷信)으로, 혹은 구원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시대를 초월해 흔들린다.

 

 

 

금욕, 청교도 윤리의 폐해를 드러내다

알리사가 선택한 금욕은 종교적 명령이자 자기 처벌이다. 그는 육체적 욕망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기쁨까지 거부하며 스스로를 ‘좁은 문’으로 끌고 간다. 20세기 초 프랑스 사회에 스며든 청교도적 규율은, 오늘날 ‘미니멀리즘’·‘노브러(Nobr) 챌린지’ 같은 자기 통제 문화 속에서도 되살아난다. 그러나 알리사의 금욕이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듯, 현대인 역시 극단적 자기단련이 번아웃을 초래한다. 특히 직장과 학업에서 ‘성과를 위한 절제’가 미덕으로 포장되는 한국 사회를 비춰보면, 알리사의 비극은 타자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삭제하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알리사는 동생 쥘리에트가 ‘더 나은 결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려 금욕을 택한다. 이는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는 전통적 미덕과 겹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포기함으로써 주변까지 상처 입힌다. 현대 독자에게 알리사의 선택은 “당신의 금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건강한 절제와 해로운 자기 억압의 경계는 무엇인지, 2025년의 우리는 스스로 답해야 한다.

 

 

 

신앙, 구원과 파멸 사이의 역설

《좁은 문》의 제목은 마태복음 7장 13–14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에서 따왔다. 흥미로운 점은 지드가 이 경구를 문자 그대로 따르지 않고, 아이러니로 전복한다는 데 있다. 알리사가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 애쓰는 동안 실제로는 믿음의 기쁨에서 멀어지고, 제롬과 자신 모두를 비극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지드는 ‘구원’을 약속하는 신앙이 오히려 인간성을 억압할 경우 파멸적 결과를 낳는다는 역설을 예시한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신앙은 여전히 중요한 삶의 축이다. 그러나 신앙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배타성과 2차 가해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사례들을 떠올리면, 알리사의 독선적 금욕은 특정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구조적 폭력으로 읽힌다. 또한 2025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려 하는 시점에서 ‘신앙의 가치’는 효용성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좁은 문》은 신앙이 인간을 완성으로 인도하기보다, 해석과 태도에 따라 파괴적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독자는 알리사가 놓친 ‘은총의 순간’을 확인하면서, “신앙은 사랑을 완성하는가, 파괴하는가?”라는 고민으로 돌아온다.

 

 

신앙과 고독이 교차하는 조용한 채플의 순간

 

《좁은 문》은 사랑·금욕·신앙이 서로 뒤엉켜 인간을 구원하기도, 파멸시키기도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2025년에 다시 읽는 이 작품은, 자기 삶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좁은 문’이 무엇인지 묻게 한다. 알리사의 극단적 선택을 거울 삼아, 우리는 사랑과 절제, 믿음을 어떻게 조화롭게 실천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햄릿 독서열풍 (고전문학, 리뷰, 분석)

최근 OTT 플랫폼이 앞다퉈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와 영화를 선보이며, 전 세계적인 ‘햄릿 읽기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본 글은 고전의 힘, 작품별 리뷰, 문화적 분석을

unmotiver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