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다시 디스토피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디지털 감시, 인공지능 통제와 같은 현실적 위협이 우리의 일상을 침식하면서, 전체주의와 자유에 대한 문학적 성찰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예브게니 자마틴의 『우리들』은 지금 이 시대에 꼭 다시 읽어야 할 고전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984』와 『멋진 신세계』보다 먼저 쓰인 이 작품은 현대 디스토피아 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선구적 작품으로, 인간 본성과 자유, 통제된 사회를 정면으로 다루며 오늘날에도 놀라운 통찰을 보여줍니다.
책 소개 – 디스토피아 문학의 효시, 자마틴의 『우리들』
『우리들』(We)은 러시아 작가 예브게니 자마틴이 1920~1921년 사이에 집필한 소설로, 현대 디스토피아 문학의 원형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은 이후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이들 작품이 자마틴의 작품 구조와 철학을 차용하거나 확장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29세기 미래, 전 지구를 통제하는 단일제국(One State)입니다. 모든 시민은 ‘번호’로 불리며, 투명한 유리벽의 도시에서 하루 24시간 ‘시간 율법표’에 따라 삶이 기계처럼 운영됩니다. 감정은 병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사랑은 허가받은 성행위 일정으로만 존재합니다. 주인공 D-503은 인공지능 우주선 ‘인쩨그랄’의 수석 엔지니어로, 이 체제의 신봉자였지만, 반체제 여성 I-330을 만나면서 이성과 감정, 질서와 자유 사이의 내적 갈등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 소설은 러시아 혁명 이후 형성된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자마틴의 강한 비판으로 해석되며, 그로 인해 당시 소련에서는 출판이 금지되었습니다. 1924년 영어로 먼저 출간되었고, 소련 내에서는 1988년에서야 공식 출판이 허용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로 번역·출간되어 꾸준히 읽히고 있습니다.
책 줄거리 – 통제 속 이성과 감정의 충돌
주인공 D-503은 단일제국의 엔지니어로서 체제를 신봉하며 살아갑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우주선 ‘인쩨그랄’을 통해 다른 문명에도 이 체제를 전파하려는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I-330이라는 여성과 만남을 계기로 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I-330은 체제를 의심하며 저항 조직과 연결되어 있는 인물로, D-503에게 감정을 자극하고 인간적인 혼란을 일으킵니다. 그녀와의 관계를 통해 그는 처음으로 ‘사랑’, ‘개성’, ‘욕망’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체제의 비인간성과 자유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성과 수학적 질서를 신봉하던 그는 점점 불합리하고 모순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직면합니다.
결국 체제는 그의 일탈을 감지하고, 반항자들에게 시행되는 뇌수술 – ‘상상력 제거 수술’을 강제로 실시합니다. D-503은 수술 후 다시 체제의 충실한 구성원으로 복귀하지만, 이 비극적 결말은 독자에게 인간성의 소멸과 전체주의의 공포를 강하게 각인시킵니다.
책 리뷰 – 철학, 문체, 메시지의 완성도
『우리들』은 단순한 미래 소설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색입니다. 소설은 질서(엔트로피)와 자유(에너지)의 대립 구도를 통해 인간의 본능과 사회적 시스템 사이의 긴장을 묘사합니다. 이성과 감정, 과학과 사랑, 통제와 자발성 사이의 갈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입니다.
문체적 측면에서도 자마틴의 실험정신은 주목할 만합니다. 소설은 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D-503의 불안정한 내면을 반영하듯 문장이 파편화되고 추상적이기도 합니다. 이는 독자에게 독특한 몰입감을 제공하며, 그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문장 구조 자체로 표현한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예를 들어, I-330을 묘사하는 방식은 정형화된 미적 기준을 벗어나 “날카로운 삼각형”, “검은 십자가” 등 시각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로 표현되어 그녀의 위험성과 매력을 동시에 암시합니다.
사회적 메시지는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감정 없는 질서, 통제된 사랑, 모든 것을 감시하는 체제는 자마틴 당시의 소련뿐 아니라, 오늘날의 디지털 감시사회에도 강하게 연결됩니다. 특히 알고리즘과 빅데이터가 인간의 욕망을 예측·제어하는 현대 환경에서, 『우리들』은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인 경고로 읽힙니다.
비평가들은 『우리들』을 가리켜 “디스토피아 장르의 DNA”라 부르기도 합니다. 조지 오웰은 자신이 『1984』를 쓸 때 자마틴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고, 헉슬리 또한 유사한 통제사회의 구상을 이어갔습니다.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 문학의 시작점이자, 현대 사회가 놓인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문학적 렌즈입니다.
2020년대에 『우리들』을 다시 읽는 이유
『우리들』이 2020년대에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디지털 감시 기술, 권위주의의 부활, 감정 통제와 알고리즘 권력 등 현대 사회의 많은 요소가 자마틴이 그려낸 세계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이후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통제된 생활을 경험했고, 백신 접종이나 출입 기록조차 디지털 시스템에 의해 모니터링되었습니다. 또한 SNS와 검색 기록은 우리의 사적 욕망마저 수치화하고, 광고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예측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자마틴이 『우리들』을 통해 경고한 ‘보이지 않는 감시’와 ‘선량한 전체주의’의 모습이 아닐까요?
『우리들』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문학을 복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성찰하고,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행위입니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간의 자유와 개성은 더 섬세하게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울립니다.
결론 – 자마틴의 『우리들』이 오늘을 비추는 방식
『우리들』은 100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개인의 감정, 자유, 저항의 본능은 결코 낡은 주제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진짜 자신으로 살고 있습니까?”
전체주의의 논리가 점점 더 정교해지는 세상에서, 『우리들』은 단순한 경고장을 넘어, 인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철학적 선언문입니다. 감정 없는 완벽한 세상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세계인지, 자마틴은 그 질문을 아직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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