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의 장편 『달과 6펜스』는 평범한 중산층 남자가 모든 것을 버리고 남태평양으로 떠나 불멸의 화가가 되기까지, 인간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작품 속 날카로운 대사와 상징은 오늘 우리에게 ‘자아·예술·행복’의 본질을 다시 묻으며, 세속적 안락과 영혼의 부름 사이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아를 깨우는 용기의 대사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빠져 죽어요.’ 스트릭랜드가 런던 살롱을 떠나며 남긴 이 한마디는 자아라는 심연에서 분출된 화산 같은 울림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 안정된 직업을 모두 버렸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에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행위였던 가정 파괴와 무책임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인다. 세간의 시선으로 보면 이는 극단적 이기주의이지만, 소설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서는 윤리도 체면도 차선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화자 ‘나’와 친구 디릭조차 스트릭랜드를 꾸준히 비난하면서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온전히 던질 용기를 지닌 사람에게 매혹된다. 직장을 지키기 위해 꿈을 봉인한 채 야근을 반복하는 현대 독자라면, 그의 방랑이 불편하면서도 시원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불편함 속에 자아를 깨우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 당신은 오늘도 타인의 기대를 채우느라 스스로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몰래 마음속에 접어 둔 계획을 노트에 한 줄이라도 적어 보라. 스트릭랜드가 그랬듯 첫걸음은 선언에서 시작된다.
선언이 현실을 곧장 바꾸지는 못해도, 내면을 뒤흔드는 폭발력을 지닌다.
예술은 영혼이 불타는 순간의 기록
화가 디릭 스토르브가 ‘그는 살과 피의 인간이 아니었다. 불타는 영혼이었다’고 묘사했듯, 작품 속 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존재론적 폭발이다. 스트릭랜드는 태히티에 도착해 원시적 자연과 찢어지는 빛 속에서 완전히 다른 색채 언어를 길어 올린다. 캔버스를 빽빽하게 뒤덮은 청록, 핏빛 주홍, 불안정한 구도는 당시 파리 화단의 어떤 경향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을 ‘추하고 난해하다’고 조롱했지만, 몇몇 젊은 화가들은 그 원시성과 솔직함에 충격을 받는다. 예술이 보는 이를 즉각 기쁘게 하는 장식이 아니라 정신을 흔들어 깨우는 지진임을 그의 붓이 증명한 셈이다. 우리가 갤러리에서 작품 앞에 서서 설명문을 읽기 전 이미 심장이 두근거린다면, 그것은 작가의 고통과 욕망이 물감 속에 살아서다. 소설은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싫어하는 그림 앞에서 떠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예술의 가치는 흔히 ‘좋다·나쁘다’를 넘어 ‘왜 떨리는가’를 묻는 과정 속에 존재한다. 이 대목을 활용해 스트릭랜드―고갱―21세기 전시장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예: 미우치하하·아이웨이웨이)을 나란히 소개하면 독자는 예술이 지닌 시대 초월적 도발 정신을 체감하게 된다.
행복, 달을 좇을 것인가 6펜스를 셀 것인가
스트릭랜드는 친구 디릭의 헌신적인 아내 블란치를 이용하다 버리고, 그녀가 목숨을 끊자 ‘그건 그녀가 어리석었기 때문’이라 냉정히 말한다. 독자는 분노와 혼란을 느낀다. 그러나 작가는 이 냉혹함을 통해 질문한다. ‘행복은 도덕적이어야만 하는가?’ 스트릭랜드에게 행복은 예술을 완성하는 순간 피어오르는, 오롯이 개인적인 광휘다. 타인의 고통과 사회적 비난은 그 빛을 흐릴 수 없는 주변 소음일 뿐이다. 반면 디릭은 사랑받는 화가, 이해받는 남편이 되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 거의 미쳐 간다.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은 이 두 극단을 시각적으로 대조한다.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동전 여섯 푼은 실질적 안락을 보장하지만, 밤하늘의 달은 감히 손에 넣을 수 없는 아름다움과 위험을 상징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달을 꿈꾸다 실패한 이들의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몸은 암시한다. 달을 따다 떨어져도, 손끝은 한 번이라도 달빛을 만져 본다. 당신의 행복 방정식은 어떠한가?
연금·승진·가족이라는 6펜스에 안주하는가, 아니면 아직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달을 향해 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을 포스트 마지막에 CTA로 제시하면 독자의 댓글 참여율이 높아진다.
『달과 6펜스』는 영혼의 배수진을 치고 달을 향해 돌진한 한 인간의 기록이다. 자아를 깨우고, 예술 앞에서 떨고, 행복의 정의를 흔드는 이 소설의 명언들은 우리에게 과감히 광기를 선택할 용기를 권한다. 당신의 달은 무엇인가?
체호프의 사랑 (감성문학, 북토크, 인생책, 사랑에 대하여)
사랑은 문학에서 가장 오래된 소재이자,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인간 본연의 감정입니다. 이 감정의 본질을 가장 담담하고도 섬세하게 다룬 작가가 바로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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